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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선물 - 14일 (2014, 이동훈/최란) ★ 새삼 '미드'라는 단어의 힘을 절감하게 된다. 이는 작가 또는 배우 개인의 역량에서부터 이밖에 모든 것들을 아우리는 시스템에까지 드라마 산업의 '좋은 면'들을 총칭하는 상징이 된 듯 하다. 은 한국형 미드이자 한국형 장르 드라마다. 물론 앞에 붙는 '한국형'이라는 수식어로 인한 어설픈 전개와 허술한 시스템이 적어도 나에게는 용인이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 역시 스릴러가 원체 갖는 재미와 이보명, 조승우라는 믿고 보는 배우들 덕에 중간중간 느낄 수 밖에 없는 불편한 요인들을 참아내주었을지도 모르겠다. 참아냄의 끝에 대망의 마지막회를 본 사람들은 지금껏 참아내왔던 불만들을 폭발시키며 작가는 절필을 해야되며, 이보영은 시나리오 사기를 당했다는 막말을 퍼붓게 되는 것이다. 이에 덧붙여 한마디를 더 한다. 뻔한.. 더보기
한공주 (2013, 이수진) ★ 영화를 보기 전부터 치유와 위로를 담아냈다는 어느 평론가의 호평에 자연스레 영화 이 떠올랐다. 딱 그만큼만 이 소녀를 배려해주었으면, 딱 그만큼만 이 소녀에게 희망을 안겨주었으면.. 그러나 어쩌면 당연하게도, 끝내 공주의 삶은 아름답게 포장이 되질 못한다. 물론 1차적인 분노만으로 1차적인 반응을 얻으려는 요새의 '치사한 영화'와는 다르다. 오히려 이와 반대로 영화를 분노를 넘은, 아니 사실 차마 분노하지도 못한 채 무력함만을 안겨준다. 영화의 시작과 함께 공주는 말한다. 내 잘못이 아니라고. 물론 맞는 얘기다 옳은 얘기다. 그럼에도 나 역시 공주가 잘, 숨기를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미친 학부모들에게 내몰리는 모습에 그들을 향한 분노보다는 "어서 도망쳐!"라고 외치는 나 자신의 무력함에 함께 털썩, .. 더보기
매치 포인트 (2005, 우디 앨런) ★ 평범한 테니스 강사 크리스가 부잣집 딸내미 클로에를 만난 뒤 벌어지는 한 남자의 신분상승과 그 유지에 대한 욕망만을 주구장창 다룬다. 클로에 그리고 노라를 향한 치명적인 사랑, 이라고는 하나 그 알맹이에 멜로는 전혀 없다. 사랑의 시작과 끝에 ㅡ그 이유는 다를지라도ㅡ 두 아름다운 여성을 상대로 품은 욕구와 욕망만 있을 뿐이다. 이쯤되면 권선징악을 바랄지도 모르겠지만, 철저하게 지켜내려 했던 그의 욕망이 처절하게 망가지는 '꼴'을 보고싶을 지도 모르겠지만, 그러나. 너무도 솔직하고 발칙한 그의 내면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고 있자니 되레 그 악랄한 욕망을 끝끝내 지켜주고 싶어진다. 그의 치명적인 바람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도록. 이후 더 큰 일탈에도 조용히 넘어갈 수 있도록.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