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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기 전부터 치유와 위로를 담아냈다는 어느 평론가의 호평에 자연스레 영화 <소원>이 떠올랐다. 딱 그만큼만 이 소녀를 배려해주었으면, 딱 그만큼만 이 소녀에게 희망을 안겨주었으면.. 그러나 어쩌면 당연하게도, 끝내 공주의 삶은 아름답게 포장이 되질 못한다.
물론 1차적인 분노만으로 1차적인 반응을 얻으려는 요새의 '치사한 영화'와는 다르다. 오히려 이와 반대로 영화를 분노를 넘은, 아니 사실 차마 분노하지도 못한 채 무력함만을 안겨준다.
영화의 시작과 함께 공주는 말한다. 내 잘못이 아니라고. 물론 맞는 얘기다 옳은 얘기다. 그럼에도 나 역시 공주가 잘, 숨기를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미친 학부모들에게 내몰리는 모습에 그들을 향한 분노보다는 "어서 도망쳐!"라고 외치는 나 자신의 무력함에 함께 털썩, 주저앉을 뿐이다. 소박한 그녀의 꿈을 이뤄주기 위한 친구들의 도움에도 그녀보다 내가 먼저 당황하고 걱정하게 될 뿐이다.
공주와 함께 세상으로부터 도망을 다니며, 도망을 권고 당하며. 이리저리 세상에 이는 가장 못된 물결대로 흘러다니며. 차마 그녀가 내딛는 치열한 물장구에도 힘을 실어주지 못한 채. 털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