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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만찬 (2013, 김동현) ★ 여기 낙엽같은 가족이 있다. 어느새 우수수 떨어져 사람들이 밟는 대로 밟히고, 바람이 부는 대로 불려 다니는. 그 와중에 힘없는 몇몇의 낙엽은 눈물을 뱉어낸다. 그러다 또 한번 우수수. 길바닥이 끝인 줄 알았는데 어느새 하수구로 우수수. 어쩌려고 그들 스스로가 더 떨어지기만 하는지. 얼마 멀지 않은 자리에 함께 떨어져 있는 ‘나’라는 낙엽 역시 그대들을 보며 위안을 받았다가 속상도 해보다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더보기
한공주 (2013, 이수진) ★ 영화를 보기 전부터 치유와 위로를 담아냈다는 어느 평론가의 호평에 자연스레 영화 이 떠올랐다. 딱 그만큼만 이 소녀를 배려해주었으면, 딱 그만큼만 이 소녀에게 희망을 안겨주었으면.. 그러나 어쩌면 당연하게도, 끝내 공주의 삶은 아름답게 포장이 되질 못한다. 물론 1차적인 분노만으로 1차적인 반응을 얻으려는 요새의 '치사한 영화'와는 다르다. 오히려 이와 반대로 영화를 분노를 넘은, 아니 사실 차마 분노하지도 못한 채 무력함만을 안겨준다. 영화의 시작과 함께 공주는 말한다. 내 잘못이 아니라고. 물론 맞는 얘기다 옳은 얘기다. 그럼에도 나 역시 공주가 잘, 숨기를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미친 학부모들에게 내몰리는 모습에 그들을 향한 분노보다는 "어서 도망쳐!"라고 외치는 나 자신의 무력함에 함께 털썩, .. 더보기
킹 오브 썸머 (2013, 조던 복트-로버츠) ★ 보는 순간 숨이 막혔다. 어떠한 상황과 구체적으로 내 삶을 비교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저절로 어떤 인물에게 마음이 갔다. 물론 한 소년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에는 일단 마음이 가고 만다. 그것이 학교의 방화 사건을 벌이는 소년이든, 아버지를 죽이려는 소년이든, 여행 중 알바 뛰는 소년이든, 아니면 부모가 싫어 지들끼리 숲 속에서 정글의 법칙을 찍는 소년들이든. 소년들은 자신을 내리누르는 압박으로 벗어나 숲 속에서 새로운 삶을 '만끽'한다.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와 함께 살지만 매일같이 전쟁을 치르는 조이와 엄격한 부모 앞에서 얘기 한마디 꺼내는 것 조차 어려운 패트릭, 그리고 괴짜 친구 비아지오의 제대로된 일탈은 모든 소년들이 꿈꾸는 그것만큼 자유롭고, 반짝인다. 그.러.나. 감독은 가출 청소년들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