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포화 속으로 (2010, 이재한) - 사내들이 득실거리는 그곳에서 빠질 수 없는 남자들만의 기싸움과 허세, 쓸데없는 체력 소모 등등이 학도병이란 인물들과 맞물려 전체 주제와 상관없이 꽤 괜찮을 뻔 했다. 그들이 진지를 잡숫기 전까지. 그러나 글쎄, 웅장한 시작과 심지어 마무리처럼 이 영화가 역사적으로든 뭐든 어떤 의미를 드러내기 위함인지는 잘 모르겠다. 상업영화로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흔한 전쟁영화의 구조를 따른다. 어딘가에서 빌려온 듯한 개개인들의 사연과 전쟁의 클라이막스 직전 여유넘치게 화해를 하고, 각자의 상처를 달래주는 두 남자의 의기투합은 봐도 너무 봤던 장면아닌가. 어리고 서투른, 그러나 기적을 보여준 그들의 모습을 조금 더 진실되게 담아주었다면 하는 아쉬움 가득. 덧, 한 영화 안에서 배우 최승현은 소년부터 남자의 모습을 .. 더보기
스테이션 에이전트 (2003, 토머스 맥카시) ★ 그의 등장과 함께 나는 아마 내가 갖고 있는 동정심을 탈탈 털어 그의 슬픔을 함께해 줄 준비가 이미 되어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실망스럽게도(?) 그가 처한 안타까운 상황에 함께 눈물을 짜낼만한 짠내나는 장면은 드물었다. 난쟁이 핀, 아들을 잃은 올리비아, 병든 노인네 때문에 고생하는 조. 단지 그들의 어설픈 우정 쌓기만을 덤덤하게, 가끔은 허접하고 피식 웃음이 나게끔 그려낸다. 파이팅 넘치는 조가 핀에게 갖는 관심 아닌 우정이, 힘들어하는 올리비아의 집 앞을 매일같이 찾아가는 핀의 사랑 아닌 우정이, 그렇게 어설프고 허접하고 피식 웃음이 나서, 예뻤다. 그들이 함께 잡히는 씬에서는 자꾸 미소가 지어졌던 것은 그런 이유일지도. 삐딱한 세상 안의 삐딱한 시선에 그들은 부러 인정받으려고도 그렇다고 피.. 더보기
우리들의 헤어진 여자친구 (2013, 이광호) - 오직 남자들만을 위해 만들어진 이 영화에서는 매우 단적으로 남자의 흥.망.성.쇠.를 그려낸다. 한 여자를 만나고 한 여자를 또 만나고 한 여자와 헤어지는 등등의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는 남자의 그것만큼 단순하다. 결국 모든 흥망성쇠는 니 '놈'하기에 달려있다고. 덧붙여 니들이 언제부터 내 아랫도리를 신경썼냐며 큰 소리 칠 수 없다면, 잘 다루라고 그것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