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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치 포인트 (2005, 우디 앨런)














 평범한 테니스 강사 크리스가 부잣집 딸내미 클로에를 만난 뒤 벌어지는 한 남자의 신분상승과 그 유지에 대한 욕망만을 주구장창 다룬다. 클로에 그리고 노라를 향한 치명적인 사랑, 이라고는 하나 그 알맹이에 멜로는 전혀 없다. 사랑의 시작과 끝에 ㅡ그 이유는 다를지라도ㅡ 두 아름다운 여성을 상대로 품은 욕구와 욕망만 있을 뿐이다.


 이쯤되면 권선징악을 바랄지도 모르겠지만, 철저하게 지켜내려 했던 그의 욕망이 처절하게 망가지는 '꼴'을 보고싶을 지도 모르겠지만, 그러나. 너무도 솔직하고 발칙한 그의 내면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고 있자니 되레 그 악랄한 욕망을 끝끝내 지켜주고 싶어진다. 그의 치명적인 바람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도록. 이후 더 큰 일탈에도 조용히 넘어갈 수 있도록.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네트 언저리의 테니스공이 끝끝내 반대편으로 넘어가 주기를. 치열한 매치 포인트 끝에 자~랑 스럽게도 그의 승리로 이 게임이 마무리 되기를. 바라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