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3 ★
<뒷담화:감독이 미쳤어요>를 논함에 있어 빠질 수 없는 이야깃 거리이자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라한다면 물론,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참신함일 것이다. 쉽게 접할 수 없었던 것처럼 쉽게 도전할 수도 없는 분야 페이크 다큐. 이를 한국 상업영화에 처음 접목시킨 이재용 감독의 영화 <여배우들>은 그런 점에서부터 재미가 시작된다. 이에 윤여정, 이미숙, 고현정 등 제목 그대로 '여배우들'의 매력이 이를 한층 더 높였으며, 영화는 곧 레전드로 남을만한 토크쇼를 한 편 본 기분이 들게 했다. <여배우들>은 페이크 다큐라는 장르, 그리고 주연 배우들 오로지 이 둘을 통해서만 영화적으로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그의 두 번째 도전. 참신한 아이디어,라는 이유만으로 그의 첫 도전은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와 매우 흡사한 방식의 설정과 연출은 이전의 작품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오직 재미만을 따지고 봤을 때에도 <여배우들>보다 한참 떨어진다. 배우들은 배 이상으로 늘어났으나, 그것이 곧 재미의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85분이라는 러닝타임 내내 그들은 하나의 메시지만을 전달한다. '어떻게 감독 없이 영화를 찍어!' 분명 처음에는 신선하고 흥미로운 소재가 될 수 있으나, 그것 하나만을 끌고 영화 전체를 진행시키기에는 소재의 힘이 강력하지 못하며, 장면과 장면을 이어나가는 이음새 또한 부실하다.
그럼에도 나는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 좋다. <여배우들> 개봉 당시 영화가 장난이냐는 평을 듣기도 했던 감독은 되레 그래 장난이다,하고 맞받아친다. <킹스스피치>와 비교한다면 맞는 얘기일까? 너무나 견고하게 쌓아올린 영화에는 오히려 거리감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있다. 부담도 되고. 그러니까 이 좋은,이라 표현하지만 좋아보이는 영화가 나만 심심하고, 재미없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부담. 완벽한 영화를 대하는 완벽하지 못한 개인의 오해와 갈등 뭐 이 정도.
그러나 이재용 감독에게 영화는 재미이자 도전이다. 영화를 재밌어서 한다는 사람에게 무겁고 어두운 시선을 강요할 수는 없다. 영화를 도전이라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실패마저 반갑다. 별 하나의 평점부터 다섯개까지 그는 그것을 크게 관여치 않을 것이다. 작품에 대한 흥행보다는 작품을 만듦에 있어서 더 큰 가치를 두,ㄹ 거라고 믿는다 이재용 감독은.
레전드 무비 <다세포소녀>의 감독이기도 한 그의 지금과 같은 무리수 또는 도전들의 반복을 통해 '어떤 장르'에서의 아이콘으로 떠오르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