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3
영화적 스토리와 구성 운운하며 있어보이는 척은 예전부터 해왔다만 사실 이런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나는 그 순간만큼은 즐겁다. 물론 내일까지 즐거울지는 미지수. 여타 예능 프로그램에서 매우 자주, 그리고 잘 만들어진 코미디 영화에서 가끔 터지는 빅재미는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아니꼽게 보였던 상황들과 인물들에게 서서히 왠지 모를 정,을 느끼게 되면서 까칠한 남성 관객 하나를 적극적인 자세로 영화에 '참여'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즐거운 영화였다,라고 말하고 싶다.
<낭만자객>의 스태프로 시작해 <시실리 2km>와 <차우>를 연출한 신정원 감독이 뒤이어 연출한 영화 <점쟁이들>은 그 자신만의 매우 특별한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는 데에 있어 중요한 과정이 되어 줄 것이라 생각한다. 더불어 앞으로도 지금의 (매우 위태롭고 힘들어보이는 그) 노선을 쭈욱, 밟아주었으면 좋겠다.
앞으로의 과정에 있어 오지랖 좀 부려보자면 '어느 한적한 시골, 의문의 사람들'로 표현되는 소외된 지역에서의 집단에의 최면에 집착으로 보일만한 진지한 또는 대책없는 시선만큼은 사양하고 싶다. <점쟁이들>에서 또한 가끔 자신의 역량을 벗어나는 연출은 부담스러웠다. 그냥 꾸준히 B급으로 남아달라는 악담으로 이 글도, 마무리.
덧, 강예원은 지금의 캐릭터를 단단히 굳혀 '싼마이코믹여왕'으로 남아주었으면 좋겠다는 역시 악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