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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맘대로 시상식 : 제1회 2012 태평상 영화제

 블로그를 처음 시작하며, 확실하게 마무리부터 하려 한다. 2012년을. 작년 한해 개봉영화들만 모아놓고 보니 수두룩 하다. 그 중에서 내가 본 영화만 서른편이 넘는다. 물론 이쯤에서 반성할만한 점은 이 작품들 중 반 이상은 극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 봤다는 점이다. 한국영화를 망쳐놓는 1인임에도 염치불구하고 내맘대로 시상식을 시작해보려한다. 물론 120% 나의 주관과 심지어 팬심까지 더해 결정하였으며, 딴에 똥자존심은 있어가지고 남들이 이미 인정하고 축하한 배우들은 최대한 제외하였음을 미리 밝히는 바이다.

 

 다음은 2012년 개봉한 영화들 중 내가 본 영화들이다. (개들의 전쟁, 건축학개론, 공모자들, 나 나 나: 여배우 민낯 프로젝트, 나쁜 피, 남영동1985, 내 아내의 모든 것, 네버엔딩 스토리, 늑대소년, 다른나라에서, 댄싱퀸, 도둑들, 돈 크라이 마미, 돈의 맛, 두 개의 문,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러브픽션, 미쓰GO, 미운 오리 새끼, 바비, 범죄소년,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복숭아나무, 부러진 화살, 열여덟 열아홉, 은교, 줄탁동시, 차형사, 청춘 그루브, 캐릭터, 코리아, 터치, 파파, 피에타, 하울링, 화차, 후궁 : 제왕의 첩) + 작년, 광해 시상식으로 논란 아닌 논란을 만들었던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보지 못했으므로 이는 자연스레 후보에서 빠지게 되었다.

 

 

 

■ 신인남우상 : 미운 오리 새끼 - 김준구(낙만)



  물론 '납득이' 안갈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그야말로 生신인이었다. SBS <기적의 오디션>에서 곽경택 감독에 눈에 들어 곧바로 주연을 맡게 되었다. 텅텅 비어있던 필모그래피에 곧바로 '미운 오리 새끼- 주연 낙만 역'을 올리게 되었고, 곧바로 또 한번 곽 감독을 만나 <나의 삼촌 브루스 리>란 작품을 준비 중인 것으로 보여진다.

 <미운 오리 새끼>란 작품에는 물론 곽 감독과 더불어 오달수라는 든든한 배우가 함께 하였다. 하지만 유쾌하고 따뜻하게 때로는 슬프고 안타깝게 극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이끌어낸 데에는 단연 그의 역할이 가장 컸다. 어리바리한 '육방'의 모습을 연기하는 데에는 김준구라는 신선한 배우의 어리숙함이 매력으로 작용하였으며, 그가 극의 후반에서 안경을 벗고 진지한 모습을 보일 때에는 그 어리숙한 매력을 완전히 벗고 다시 자신만의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해냈다.

 어리바리한 낙만의 모습을 벗고, 훗날 곽경택이라는 거대하고 든든한 빽을 벗어던지고 난 뒤, 스스로의 필모그래피를 성실히 쌓아갈 그의 앞날을 기대해 본다.

 

 

■ 신인여우상 : 나 나 나: 여배우 민낯 프로젝트 - 서영주(본인)



  <친절한 금자씨>, <괴물>의 단역부터 수많은 단편영화와 <은하해방전선>,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등의 작품에서 주연을 맡았던 그녀에게 신인여우상이 어울리는지는 모르겠지만, 대중들에게 여전히 그녀는 신선한 여배우다.

 영화 <나 나 나: 여배우 민낯 프로젝트>는 독립영화계에서 나름 탄탄한 입지를 갖춘 여배우(김꽃비, 양은용)들이 직접 카메라를 들고,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해외 감독들과의 작업을 위해 세계 곳곳을 누비는 김꽃비. 사랑의 아픔을 늘 간직하고 사는 양은용. 그리고 서영주는 남들과는 다르지만, 남들과 무엇하나 다르지 않은 진실한 내면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지구를 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진지하게 고민하다 불쑥 춤을 추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또 다짐도 한다. 자칫 가볍고 무의미할 수 있는 영화의 설정과 내용들이지만, 그녀의 독특하고 솔직한 일상을 통해 영화의 무게를 더함과 동시에 신선한 매력까지 높이게 됐다.

 지금의 활동처럼 마이너적이고 개성있는 모습도 물론 좋지만, 한 번쯤은 대중적인 작품에서도 그녀의 매력을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뽐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길 바란다.

 

 

■ 남우조연상 : 부러진 화살, 남영동 1985, 다른나라에서 - 문성근



  조연과 주연의 경계선에서 비중, 인지도, 나이 등에 의해 강제로 조연이 되어지는 배우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그는 명확한 조연이다. 명확한 조연이라는 타이틀 속에서 그 본질의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남우조연상으로 뽑는 것조차 조심스러울 만큼 그는 작품 안에서 카리스마와 함께 굉장한 존재감을 뽐낸다. 특히 정지영 감독의 영화 <부러진 화살>에서 그는 나의 멘탈을 흔들어놓았다. 보수 골통 판사로서 누구보다 악랄하고 강압적인 악역을 선보임으로써. <부러진 화살>에서의 '미친 존재감'에 대한 기대감 때문일까? <남영동 1985>에서의 그는 물론 다시 한번 악역을 맡았으나, 다소 겹치는 듯한 캐릭터로 큰 임팩트를 주진 못했다.

 그러나 정 감독만큼이나 문성근이라는 배우를 믿고 사랑하는 감독 홍상수의 영화 <다른 나라에서>는 불륜을 저지르는 영화감독 문수 역을 맡으며 또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미 홍 감독의 <옥희의 영화>에서 배우 정유미와 연인으로 출연, 평소 갖고 있던 카리스마와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 사랑의 질투와 집착을 보이는 한 남자로서 격렬한 키스신을 두 번이나 보여주기도 했다.

 정치인과 영화인의 삶을 함께 간 그는 '노년의 정치가는 반드시 젊은 누군가가 대처해야 하지만 노년의 배우는 대체가 불가능한 존재'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바람은 곧 나의 바람이기도 하다. 문성근 인생의 종착지는 영화가 될 것이다.

 

 

■ 여우조연상 : 후궁 : 제왕의 첩 - 조은지(금옥)

 


 2012년 영화제에서 여우조연상을 휩쓴 <도둑들>의 씹던껌 김해숙을 비롯, <댄싱퀸>의 라미란, 최근 <늑대소년>의 장영남 등이 주목을 받았으나, 나에게 크게 임팩트를 준 여배우는 없었다. 2012년 한 해에는 이렇다 할 여자 조연 배우들의 활약이 돋보이지 않았다는 것에 공감하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 가장 고민했던 부문이기도 하다.

 그 중 조은지를 떠올린 것은 <후궁 : 제왕의 첩>이라는 작품 안에서 보다는 지금까지의 작품활동과 앞서 언급한 '팬심'이 녹아있음을 인정한다. 개인적으로 최고의 캐릭터였다고 생각하는 <우리 집에 왜 왔니>에서의 노숙자 역할과 더불어 <달콤, 살벌한 연인>의 백장미,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수희 등에서의 임팩트에 비하면 <후궁>에서의 금옥 역은 다소 약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녀의 말마따나 작품 내에서 "잘 모르고 설쳐대던" 금옥은 영화의 핵심 키워드라 할 수 있는 '욕망'을 가장 잘 드러낸 캐릭터이기도 하다. 과감한 노출과 정사신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하고, 전체적으로 무거운 극의 흐름에서 유쾌하고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감초조연'이라는 문자 그대로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였다.

 

 

■ 남우주연상 : 내 아내의 모든 것 - 류승룡(성기)

 

 

 최근 '더티섹시'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오랜 경력과 깊은 연기력에 비해 조금은 간지러울 수 있는 말이지만, 그는 그야말로 '대세'가 되었다. 그러나 앞서 말했던 배우의 인지도, 나이 등에 따라 순식간에 조연으로 밀려나는 주연에 대한 이야기는 류승룡을 남우주연상으로 꼽기 위한 밑밥이기도 했다. 당당히 임수정, 이선균, 류승룡 주연의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그가 영화제에서 남우조연상을 휩쓴 것이 의문이었다. 그 자신이 기쁘고 감사하게 상을 받았음에 할 말은 없지만 작품을 그야말로 뒤흔든 장본인은 물론, 크고 아름다운 성기.. 류승룡이었다.

 '어떤 여자든 사랑의 노예로 만들어 버리는 비범한 능력을 지닌 전설의 카사노바'. 수식어도 참 긴 성기 역은 아마 원빈, 조인성, 강동원일지라도 쉽게 소화해낼 수 없었을 것이다. 외모가 아닌 다른 어메이징한 매력이 있다 하더라도 그 역할은 대중들의 공감을 얻은 다음에서야 먹힐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류승룡은 자신만의 그야말로 '더티섹시'한 매력을 뽐내며 남자 관객들마저 공감하고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물론 류승룡만이 갖고 있는 짙은 눈썹과 수염, 굵은 목소리와 더불어 성실하게 쌓아놓은 필모그래피를 증명하는 연기력이 있었기 때문에, 자칫 가볍고 과장될 수 있었던 액션들이 조금 더 진지하게 다가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 여우주연상 : 터치 - 김지영(이수원)

 


  2012년, 이렇다할 여자 조연배우들이 적은 데에 반해 주연배우들의 활약은 대단했다. <내 아내의 모든 것>의 임수정, <도둑들>의 전지현, <돈의 맛>의 윤여정, <범죄소년>의 이정현, <피에타>의 조민수, <화차>의 김민희 등.. 그 중 나의 마음을 가장 끈 배우는 바로 <터치>의 김지영이다.

 그녀가 맡은 이수원은 결코 사랑스럽거나 매력적인 역할이 아니다. 사람의 목숨을 이용하여 자신의 실리를 챙기고, 돈을 위해 늙은 환자와 관계를 맺기도 하는 역할이 결코 호감일 순 없을 것이다. 그러나 김지영은 이수원이라는 캐릭터를 누구보다도 유약하고 반대로 강하며, 동정심이 생기다가도 믿고 의지하게 만든다.

 얼핏 보았을 때 어느 한 가정의 평범한 이야기일 거라 생각했던 영화는 수많은 사건들이 닥쳐오며 쉽게 공감할 수 없는 내용이 될 수도 있었지만, 이를 현실과 밀접하게 연결시켜 인생의 사랑과 희생, 구원이라는 총체적인 삶의 가치를 대변하여 보여주는 것 역시 배우 유준상과 김지영의 역할이었다.

 <터치>에서 가장 인상깊은 장면은 난데없는 사슴 출연도, 최선을 다했고 최고였던 유준상의 오열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김지영이 흘린 눈물도 아니다. 그저 무표정한 얼굴과 기어들어가는 목소리, 멍하니 어딘가를 바라보는 모습들이었다. "수원의 땀방울 하나하나가 연기를 하는 듯 했다"는 어느 관객의 말처럼, 수원이 흘린 땀은 어느 여배우의 눈물보다도 아름다웠다.

 

 

■ 감독상 : 터치 - 민병훈

 

 

 소위 '작은 영화'가 갖는 따뜻함을 <터치> 역시 취하고는 있으나 그 방식이 매우 현실적이다. 절망에 가득찬 한 가족이 서로 의지하고, 사랑하고, 하하호호 잘먹고 잘살게 되는 그런 류의 따뜻한 영화는 결코 아니다. 우습게도 그들은 자신보다 더욱 절망적인 이웃과 상황들을 마주하며 스스로 지은 죄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진정한 구원을 받는다. 자신보다 더 유약한 존재를 지키고 도움의 손길을 어렵사리 뻗으며, 스스로가 더욱 단단해지는 것이다.

 내맘대로 시상식에서의 감독상은 이러한 영화적 메시지를 통한 감동, 애정과 더불어 극장 독과점으로 인한 마음의 상처를 입은 민병훈 감독과 배우들에게 내 주제에 감히 드리는 선물이기도 하다. '천만 관객 영화 고지 눈 앞' 이라는 기사를 보면, 특별히 끌리지 않는 영화일지라도 보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천만영화'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한 거대 배급사들의 움직임은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렇기에 '천만영화' 그리고 그 외 전폭적인 배급사의 홍보와 지원을 받는 탄탄한 영화들 뒤에 희생당하고 있는 작은 영화들에 대해서도 생각해본 적 없다. 여전히 민 감독은 '그들'을 향해 외로이 묻고 있다. "국내 영화계에 다양성이 존재하나?"

 

 

■ 최우수작품상 : 범죄소년(강이관)

 


 어쩌다 보니 독립영화제가 된듯하다. <범죄소년>은 외적으로 최근 청소년들의 도를 넘은 탈선과 범죄 행위가 한창 사회문제로 이슈화됐을 때 개봉하여 주목 받,을 뻔 했으나 상영관 하나 제대로 잡지 못한 또 한 편의 '작은 영화'이기도 하다. 사실 처음 영화가 소개될 때 '범죄소년'이라 일컫는 그들을 미화시키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낳기도 했다. 그러나 영화는 '범죄소년' 자체보다는 범죄소년과 범죄소년의 어머니의 이야기를 주로 다룬다.

 지구 역을 맡은 서영주는 98년생임에도 성숙하고 차분한 연기를 보여주었고, 아직까지 가수 이미지가 강했던 이정현은 철없지만 사랑스러운 엄마 효승 역을 맡아 배우로서의 능력과 신뢰를 보여주었다. "철없는 엄마와 조숙한 아들의 사랑 만들기"라고 강이관 감독이 직접 소개한 것처럼 영화는 보기와 달리 따뜻한 모자의 이야기를 다루는 듯하다. 영화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그 애미에 그 아들 이야기'라 표현할 수 있겠다.

 영화는 둘의 관계를 통해 사랑과 용서, 화해, 희망 등을 보여주는 듯하다 다시 '범죄소년'이라는 타이틀을 다시금 깨닫게 만든다. 지구는 범죄소년의 대표이며, 효승은 젊은 미혼모의 대표라 할 수 있다. 그 둘을 통해 범죄소년과 미혼모, 그들의 되풀이되는 좌절과 아픔을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이처럼 영화는 범죄소년이 될 수밖에 없는 사회적인 환경과 그들을 바라보는 왜곡되고 편협한 시선들을 두 인물의 일상을 통해 자연스럽게 풀어낸다. 이에 따라 영화를 보는 동시에 시원하게 웃고, 눈물을 쏟아내는 것이 아니라 잔잔하지만 강력하게 영화의 메시지와 감동의 여운이 가슴 깊숙이 스며들게 만드는 것이다.

 

 

 

.. 뭐라고 끝내야할까? 끝! 내년 이시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