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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23일. 생일 축하해 <무한도전>



 <무한도전>에 한창 빠져 1회부터 차근차근 복습을 하고, 저번주에 방영한 내용일이지라도 케이블 채널에서 다시 만나면 리모콘을 내려 놓는 등 푹, 빠질 때도 있었다. 7명의 무도 '멤버'들이 다른 프로그램에 나올 때면 마치 강가에 풀어놓은 내 새끼 마냥 그들을 안쓰럽게 지켜보며 본방사수에 들어가기도 했다.

 그런 때에 비하면 애정은 식었는지도 모르겠다. MBC의 장기파업으로 7번째 생일잔치도 열지 못했던 그들을 날마다 기다리다 드디어 상봉을 하게 되었을 때, 아마 그때부터였을 거다. 그전까지만 하더라도 <무한도전>을 단순한 오락 프로그램을 넘어서는 나의 식구이자 친구, 뭐 그 단계로까지 생각했었다. 하나의 방송이라고 치부하기엔 나의 삶에 너무 큰 영향력을 끼쳤기 때문일지도.

 그러나 이제 나는 그 단계를 넘어섰다. 되레 <무한도전>이라는 하나의 프로그램으로서 받아들이게 되었다. 멤버들 하나하나에 애정을 갖고 지켜보던 때와는 달리 프로그램 내 캐릭터로서만 그들을 보게 되었다. 그들이 주는 웃음과 그들이 겪는 도전 역시 하나의 포맷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한창 프로그램의 인기로 사회 여기저기서 무한도전과 관련한 얘기들이 나돌고, 매 회 마다의 숨겨진 의미를 찾느라 애쓰던 그때. 영화적인 감동과 동시에 인간적인 감동을 주려,기 보다는 받으려고 시청자들이 눈에 불을 켜던 그때. 나 역시 그들과 함께 <무한도전>을 통해 어떤 '의미'를 찾고자 했다. 추격전에서 볼 수 있는 '권선징악'이라는 유치한 의미일지라도 놓치지 않고.

 하지만 <무한도전>은 결코 영화도 교양 프로그램도, 다큐멘터리도 아니다. 주말 저녁 황금시간대에 방영되는 오락 프로그램일 뿐이다. 멤버들은 여전히 스타킹을 뒤집어 쓴 채 네가 더 망가졌네 내가 더 웃길거다 싸우고, 우스꽝스러운 분장과 몸개그로 1차원적인 웃음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가 무한도전을 아끼고 사랑하는 방법은 그들이 주는 웃음을 그저 호탕하게 받고 하하하, 웃어내면 그만인 거다. 그들이 또 다시 장기간의 도전을 통해 깊은 감동과 더불어 놀라운 기적까지 선사했을지라도, 우리는 우와 박수 세번 짝짝짝 치면 그만이다. 있는 그대로의 프로그램과 각각의 멤버들을, 주는 그대로의 웃음과 감동을 보고 느끼면 되지 싶다. 리액션은 물론 피드백도 중요하다. 그러나 거기에 의무 내지 부담을 얹힐 필요는 없다.


 저번주에 재미가 있었든 없었든, 소재가 나의 흥미를 끌든 말든, 나는 매주 토요일 저녁 6시 30분이면 TV 앞에 앉아 <무한도전>을 시청할 것이다. 언제까지고 내가 이럴지는 모르겠다. 또한 언제까지고 프로그램이 방영될지는 더더욱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당장 이번주 토요일 저녁, 나는 <무한도전>을 보기 위해 TV 앞으로 기어갈 것이다. TV를 틀고 그들이 주는 웃음을 반길 것이며, 그들이 줄 지도 모를 감동에 마음이 뻐렁쳐 올 지도 모를 일이다.

 질릴법도 한 8년의 시간 동안 나는 그들 덕분에 즐거웠다. 매주. 매우.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를 이 즐거움을 나는 우선은 계속 만끽하고 싶다. 하나의 오락 프로그램이 8년 동안 지속적으로 사랑을 받으며, 현재까지 예능강자로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야말로 기적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그들을 두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 뿐이다.

 생일 축하해 <무한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