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강아지와 고양이를 사랑한다. 특히 주인 손에서 예쁨 받으며 길러진 애완동물 말고, 주인에게 버려져 거리를 떠도는 유기견과 동네 쓰레기장을 어슬렁대며 자동차 밑에서 잠을 청하는 유기묘들에게 더 마음이 간다.
물론 이유야 ‘사지 마세요. 입양하세요.’라고 외치던 효리 누나 덕이 크다. 에이, 사실 그 때문이 전부다. 이효리와 친구들이 함께 했던 프로그램 <골든12>에서 템플스테이를 하며 소원을 빌던 때가 있었다. 개와 고양이를 사랑하고, 그 때문에 채식까지 하게 됐다는 작가 이희주는 자신이 이사를 가게 되면서 이제 더 이상 동네 강아지와 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챙겨주지 못하는 게 미안하고, 걱정된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또 다른 좋은 이웃을 만나 그들이 굶주리지 않도록 해달라는 게 소원이라며. 심지어 효리 누나가 쓴 책 <가까이>를 읽으며 감동이랄까, 생각을 고쳐먹는 계기를 갖기도 했다. 동물을 사랑하고 동물 보호를 위해 작은 일부터라도 힘을 쓰는 그들을 보고 있으면, 나도 지금 당장 유기견 보호소에서 그들을 위해 따뜻한 손길을 내밀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치명적이게도 나는 그들을 사랑하는 것 치고 참 무서워한다. 길거리에서 월월 짖어대는 덩치 큰 개들과 분리수거를 하러 나갈 때면 꼭 한번 씩 눈이 마주치곤 하는 도둑고양이는 물론 목줄을 멘 채 주인 품에 안겨있는 혹은 꼬리를 늘어뜨려 잠을 청하는 아이들까지 참 무섭다. 유별나다면 유별난 나를 보고 친구는 물었다. 어릴 때 개한테 물린 적이라도 있냐고. 왜 그렇게 무서워하냐고. 하지만 난 물린 적도 없다 심지어. 만질 때 느껴지는 그 연약한 뼈가, 나를 보며 침을 흘리는 그 모습이 그냥, 무서울 뿐이다. 조금 안쓰럽기도 하고.
가끔 길에서 애완견을 산책시키는 사람들과 마주칠 때가 있다. 그 애완견들은 목줄도 메지 않은 채 여기저기 활발히도 돌아다닌다. 지나가는 행인에게 다가가 꼬리를 흔들면, 사람들은 애가 참 예쁘다며, 몇 살이냐고 물으며 쓰담쓰담하기도 한다. 하지만 만약 그 애완견이 내게로 꼬리를 흔들며 다가오면 나는 무서워서 도망도 못 간 채 얼음이 되어 버린다. 그리고는 주인이 빨리 그 애를 데리고 지나가길 바랄 뿐이다.
동물 사랑하는 사람 치고 악한 사람은 없다,는 말을 우습게도 나는 믿는 편이다. 그러나 그 사람들은 모든 사람들이 동물을 사랑한다고 착각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착한 사람 눈엔 착한 사람만 보인다는 말처럼. 나는 그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사람들이 모두 개나 고양이를 좋아하는 건 아니라는 거. 무서워하는 나를 두고 웃으며 물지 않는다고, 걱정 말라고 하지만 나는 그 개가 나를 무냐 안무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단지 그 애를 나와 조금 떨어트려 놔 주기를 바랄 뿐이다.
심지어 주인이 보이지 않는 개들을 마주할 때면, ‘내가 얘한테 물리면 누구한테 치료비를 달라고 해야하지?’하고 혼자서 걱정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앞에서 말했듯 나는 그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가라고 소리를 지르지도, 발길질하는 시늉조차도 하지 못한다. 애써 웃으며 제발 나를 그냥 지나쳐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 애들과 나의 관계에 진전이 여적 없는 것은 그들과 나의 관계에서 갖게 되는 2차적인 문제로 발전한다. 걔네들은 하필, 나 같은 애들을 만만하게 본다. 그래서 ㅡ주인 말로는 분명ㅡ 평소 잘 짖지도 않는다는 애가 내 앞에서는 그새 기세등등해져 그렇게도 짖어댄다. 그럼 나는 그 애들이 더 무서워지는 거고. 그들과 나는 결코 친해질 수 없는 걸까?
심지어 얼마 전에는 시청 길거리에서 발정난 개(!!!!)와 마주치기도 했다. 멀리서 꼬리를 흔들며 신나게 달려오는 큰 개가 있었다. 매우 하얗고 잘 정돈된 털만 봐도 주인 손에 길러진 게 눈에 보이는 그런 아이였다. 근데 그 애는 그냥 신난 게 아니었나 보다. 닭갈비집 홍보를 위해 인형 탈을 쓴 알바생의 다리에 매달려 이상한 몸놀림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처음이었다. 개를 키우는 애들이라면 쉽사리 볼 수 있다는 그 광경을 나는 처음 보았다. 사람들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씨를 뿌려대는 이 사회에서, ‘짐승’으로 분류되는 그들의 본능은 당연한 거라 할 수도 있지만, 어찌됐든 내게 그 모습은 잊지 못할, 충격이었다. 마치 남동생이 꼭꼭 숨겨놓았던 [말똥가리] 폴더를 누나가 발견하고 난 직후, 둘 사이에 갖는 어색한 기류랄까? 무서움도 모자라 심지어 그런 어색한 관계마저 둘 사이에 얹혀졌다.
남들은 전혀 느끼지도 않을 그 무서움을 나 혼자 겪고 있는 이 불편에 그런 원망도 해보았다. 조금 더 어릴 때 그들과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꼬. 집에서도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을 매우 안 좋아했으며, 심지어 친척 집에서도 개 키우는 데가 한 군데도 없었으니 이럴 만도 하다 싶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들. 그들과의 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는 방법은 아직도 모르겠다. 사실 진짜 방법이야 간단하다. 나만 그들에게 마음을 열면 끝이다. 그 직후에는 사랑한다고 뽀뽀까정 할 수 있는 깊은 관계로 발전시킬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쉽지가 않다. 가만히 주인 품에 안겨있는 애 하나 쓰다듬기 위해 온갖 용기를 쥐어짜내야 하는 지금 이 상황에서 나는 무얼 할 수 있을까.
아 어쩌란 말이냐 이 무서운 내 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