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1

미드나잇 인 파리 Midnight In Paris (2011, 우디 앨런)




2013 3 ★

'향수'라는 그 이름마저 예쁜 과거에의 동경은 사실 과거이기 때문에 빛이 나는 것이다.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나아가 경험해본 적도 없는 그 먼 옛날의 이야기와 이미지들만이 그렇게, 반짝반짝.

낭만에 빠져 현실과 쉽사리 타협하지 못하는 주인공 길은 결국 낭만의 끝이라 할 수 있는 어떤 판타지를 맛보며, 그와 같은 위치에서 사랑까지 나눈 어떤 여자,라지만 사실 너무나 특별한 여자 아드리아나에게 낭만과 향수에 대한 위험을 도리어 경고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영화가 낭만적이었던 것은 과거를 꿈꾸는 그것에 대한 회의감이 결코 현실에의 안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점이겠다.

너무 깊은 낭만은 결코 이룰 수 없는 꿈이라 간주하고 넘어갈지라도 지금 현실, 그러니까 2013년 파리에서 내리는 비는 문자 그대로의 현실적인 낭만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

현실보다는 이상을 추구하고 실리보다는 설리를 꿈꾸는... 감수성에 빠진 나에게 이는 너무나 멋진 꿈인 동시에 현실이었고, 심지어 미래이기도 했다.


영화의 시작과 동시에 시선을 압도한 파리의 풍경은 물론, 손가락을 까딱까딱하게 만드는 연주와 흥얼거림마저 황홀경,에 빠지게 만드는 영화적 요소들은 영화 내의 스토리를 향한 집중과 더불어 외적으로도 여운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 영화의 OST를 들으며 잠드는 요즘, 꿈에서라도 만나줘 피카소. 그리고 길(유노윤호 닮으신 그 분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