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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목적 (2005, 한재림)


 


 




 


 고등학교 시절,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는 달라도 뭐가 다르다는 신념 하에 줄기차게 봤던 '19세 영화'들 중 간혹 나를 당황시키는 영화들이 몇몇 있었다. 채 경험을 바탕으로 하기도 전에 여기저기서 일어나는 이런저런 일들을 모두 공감하고 받아들이기엔 턱없이 부족했음을 이제와 인정하게 된다. 물론 시간이 지났다고 그것들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지도 않다는 것까지 이제는 안다.


 그래서 <연애의 목적>은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11분>과 함께 성인이 되어 경험을 쌓은 뒤 다시 꺼내 보자며 기억 속 상자에 잠시 묻어두었었다. 사랑이란 순수하고 아름다우며 지고지순한 것이란 글로 배운 그 당시 연애관과 상충되는 이 영화를 채 받아들이지 못한 채.

 그리고 ㅡ예상보다 시간이 너무 많이 흐른 뒤에ㅡ 다시 영화를 봤다. 얼마나 사랑하면 혹은 그것에 빠지면 "5초만 넣어보자."라는 말을 여성에게 할 수 있을까 싶은 우스꽝스러운 그 장면부터 어제까지 함께 사랑을 나누었던 그 사람을 앞에 두고 잔인하게 쌩을 깔 수 있을까 싶은 장면까지. 그것들을 다 받아들이기엔 나는 여전히 부족한 듯싶다.


 단 한 가지 그때와 다른 감상이라면, 그들의 가볍고 치사한 연애가 어쩌면 나와 우리네의 요즘 연애에 비하면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우며 지고지순한 사랑이었구나! 라는 것. 사랑이었기에 용서되고 사랑이었기에 배신도 하고/당하고 사랑이었기에 다시 아무렇지 않게 웃는 얼굴로 마주할 수 있었음을 어쩌면 부러운 마음으로 그들의 그것들을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