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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일어나면 매일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한 남자와 보통 여자의 사랑 이야기. 평범해보이지만 어쩌면 가장 평범하지 않은 사랑 이야기를 두고 감독은 소재의 특수성을 10분 발휘, 아니 정확히 127분 발휘하며 주구장창 낯설고 신기한, 이 흥미로운 소재만을 갖고 내내 밀고 나간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이 속보이는 감독의 뚝심이 참 마음에 든다. 공포, 멜로, 미스테리, 코미디 등등 다양하게 변해갈 수 있는 장르의 소재를 두고 가장 빤한 멜로를 택한 점 또한 매우.
어느새 점차 사라지고 있는 듯한 일본 특유의 아련하고 따뜻한 그 분위기와 느낌을 그대로 가져온 동시에 스토리 라인도 이만하면 탄탄하다고 본다. 그래서 분위기에 취해 이미지에 취해 또 내용 그 자체에 취해 말도 안 되게 공감이 가고 이입이 되게 만드는.
단 한가지 흠이라면 ㅡ뭐 내면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너무 잘생겨서 되레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한다는 관람객 베스트 평점은 bullshit으로 치고ㅡ 123인 1역 가운데 주요 배우들 모두가 너무 딱딱 그 캐릭터에 맞아 떨어진다는 점? 사랑에 빠지는 우진(박서준)부터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는 우진(천우희), 달달하고도 끈적한 사랑을 나누는 우진(이진욱), 짓궂은 장난으로 이수에게 사과하는 우진(서강준), 엄마로부터 아빠의 비밀을 알게 되는 우진(고아성), 담담하게 이별을 고하는 우진(김주혁)과 마지막, 진짜 우진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기억 될 우진(유연석)까지. 어쩌면 이 영화에서 가장 고심한 부분일지도 모르겠지만 내게는 너무 고심해서 정답같이 내놓은 그것이 조금은 심심하게? 만만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덧, 한효주로부터 여배우의 힘이 무엇인지 제대로 깨닫게 된다. 아름다운 외모는 물론이거니와 그녀가 연기하는 이수, 그리고 심지어 ㅡ평소 불호에 가까웠던ㅡ 한효주라는 배우 자신까지 전부 사랑하게 만들면서도 그 균형을 결코 깨뜨리지 않는 '여배우'의 힘.
거짓말처럼 모든 것이 예전으로 돌아왔다. 약을 먹지 않아도 잠을 자고, 일어나고, 운동도 시작했고, 작은 계획들로 일상을 채워 가. 그리고 가끔, 가끔 나에게 물었어.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와 같은 걸까? 날마다 같은 모습을 하고 날마다 다른 마음으로 흔들렸던, 어쩌면 매일 다른 사람이었던 건 니가 아니라 나였던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