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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1이 끝나고 난 뒤의 레이는 '이만하면 됐지' 싶었다. 소중한 친구들을 떼로 만나고, 혼자 안고가기 벅찼던 고민으로부터 조금 더 가벼워지고, 꿈에 그리던 멋진 남자친구가 생기기까지 했으니. 그럼에도 정작 레이를 미치게 만들었던 근본적인 원인에서는 전혀 진전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알고 보니 전혀 덜어냄이 없던 레이의 고민과 상처들은 되레 더 감춰야하고, 더 괜찮은 척 해야 했기에 오히려 이후 더 힘든 시간을 보내고, 그녀의 말마따나 매순간을 fucked-up하고 살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에게 감추고 싶은 비밀이 늘어날수록 딱 그만큼의 무게의 외로움이 각자의 삶을 짓누르게 되는 것 같다. 스스로도 외면하고 싶은 비밀 혹은 진실에는 배 이상으로. (안 그래도 무거운..) 레이의 삶은 그래서 더 무거웠을지도.
그렇게 레이를 안타깝게 바라보던 나의 마음은 점차 나 자신, 그녀를 지켜보던 각자들에게 느끼는 연민으로 변해간다. 감추고 피해왔던 그녀의 상처를 어린 자신과 함께 마주해야 했을 때. 레이와 비슷한 상황에 처했지만 쿨하게 그 상처를 극복해나가는, 줄 알았던 리암의 울부짖음을 들었을 때. 완벽한 줄만 알았던 클로이가 사실 가장 가난한 마음으로 자신의 삶을 낭비하고 있었을 때.
그럴 때 우리는 레이가 그랬던 것처럼, 이상하게도 위로를 받는다. 우리는 모두 감추고 싶은 상처와 비밀이 하나씩은 존재하기 마련이며, 이에 모두들 각자 나름대로의 힘든 시간을 보내고, 견디고 있다는 사실.
그것이 “나만 힘든 게 아니었어. 나보다 더 힘든 ‘아래 사람들’이 있었어.” 라는 잔인한 위로가 될 수도 있지만, 타인의 상처들 가운데 자신과 닮은 어떤 구석을 발견했을 때 나와 타인은 우리가 되고, 결국 우리가 함께 공유하고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