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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 몬스터 (2004, 박찬욱·프룻 첸·미이케 다카시)




2013 4 ★

 쉽게 말해 영화는 일본, 중국, 한국 괴물들이 각각 나오는 단편영화의 종합이라 할 수 있다. 결코 연관되지 않으며 또한 연관지으려는 생각도 없어 보이는 각각의 이야기들은 '몬스터'라는 큰 타이틀 아래 묘하게 설켜있다.


 segment 1 상자. 딱 봐도 일본 호러 무비같은 스산한 분위기에 더욱 스산한 여주인공의 등장. 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애매한 경계선을 통한 이야기 구조에는 질릴 법도 하지만, 여전히 몽롱한 분위기에 압도당하고 만다.

 segment 2 만두. 자극적인 소재를 두고 매우 간단히 메시지를 전한다. 앞뒤에 영화들이 모호한 메시지 전달의 방식을 통해 감상을 전달하는 것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가장 자극적인 소재를 두고,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그리고 segment 3 컷. 가장 싸구려의 맛이 나는 박찬욱의 영화다. <쓰리, 몬스터>의 장르를 공포에만 한정시키긴 어려운 이유가 이 영화 때문이다. 코미디 라고 한정시킬 수는 또 없겠지만 유머가 강하게 들어가 있다. 시작부터 결말까지 이게 뭔가, 싶은 이야기 구조들이 진행된다.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고,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는 영화적 의미들.

 그러나 단언컨데 그러한 이유 때문에 '컷'은 <쓰리, 몬스터>가 전하고자 하는 중심적 메시지가 가장 잘 담겨있다. 내면에 숨겨진 또 다른 자아. '컷'은 가장 직접적이고 극적으로 '내 안의 악마'를 찾아 다닌다. 그것과 만났을 때에 겪는 감정의 흐름까지 완벽히 묘사하며.


 영화에 등장하는 몬스터들과 자신은 다를 것이라는 기본적인 생각을 갖고 관객들은 방관자적인 입장에서 영화를 대할 것이다. 그러나 차차 영화에 몰입을 하게 되며, 그들과 다를 바 없는 내 안의 악마를 발견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숨겨진 악마의 정체가 탄로나는 순간, 더더욱 그것들을 부정할 수도 있을 것이며 또는 반갑게 손을 마주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귀에 걸든 코에 걸든, 거는 건 각자의 선택일 뿐이다.

 <쓰리, 몬스터>의 역할은 그 전까지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