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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감상할 때 있어 감독, 배우, 줄거리보다 가장 먼저 소재에 현혹되는 편이다. 그렇기에 나를 현혹시킨 그 소재를 어떻게 잘 이용해서 풀어나가는지 가 내가 영화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지도 모르겠다.
<감시자들>은 우선 충분히 나를 현혹시킬 만한 소재였다. 기존의 범죄 액션 스릴러의 경우 범죄보다는 범인 또는 피해자라는 인물에 주목시켜 사건을 흩뜨리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거기서 더 큰 감동을 받는 경우도 물론 많았지만. 하지만 이 영화는 달랐다. 범인은 미스테리한 인물로 남겨진 채 감시자들 간의 관계만을 양념으로 쓰고 오롯이 감시라는 소재만을 활용하여 깔끔한 '범죄 액션 스릴러'물이 되었
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깔끔한 스릴러물은 새로운 감각을 보여주는 만큼 기존 영화들이 갖고 있던 법칙은 놓친 듯하다.
인물, 스토리에 대한 지나친 감상을 버린 만큼 이해마저 버려 인물은 물론 사건에 대한 공감 또는 공분 마저 없게 만들고 사건 자체에 대한 타당성과 개연성도 빈약해 진다. 결국 공감도 긴장감도 없이 지들끼리 쫓고 쫓는 그런 이야기.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려다 아무 것도 없는 텅 빈 영화가 되어버린 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