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6 ★
다짜고짜 기분 더러운 비교부터 하자면, 한국에서 과연 이같은 영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미스테리한 인물들과 그들의 관계, 그리고 불현듯 나타난 한 명의 방문객. 온갖 궁금증을 유발시킨 뒤 어줍잖은 제각기의 사연들로 캐릭터에 집중시키는 한국영화와 달리 <안경>은 지금 이 순간, 그들이 만난 이후부터,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고 더 정확히 말하자면 서로를 느끼며 마음을 열어가는 수줍고 간지러운 그 감정과 과정을 담백하게 그려내는 데에만 집중한다.
물론 그것이 내 마음에 딱, 맞았고.
내가 이 영화를 보고 여행을 갔더라면 조금은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오지 않았을까? 되레 실망만 더 늘고 왔을까?
어찌됐든 가보고 싶은 그 곳, 만나보고 싶은 그 사람들. 우습게도 영화의 제목처럼 모두가 안경을 쓰고 있다. 콧잔등에 걸쳐진 제각기의 안경들 마저도 그래서 참 예쁘다. 오래 보아야 이쁜 그 풀잎처럼 차암,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