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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펀트 Elephant (2003, 구스 반 산트)

flyfanny 2013. 6. 24. 23:55




2013 5

 그저 현실의 이야기를 '리얼하게' 보여줬다고 하기에는 영화가 너무, 완벽하다.

 획기적으로 하루, 그리고 보통 1년 이상의 이야기를 2시간 내외로 그려내는 수많은 영화와 달리 이는 단 16분 동안의 이야기를 다양한 인물들의 나열을 통해 80분으로 늘어놓았다. 이처럼 '실화를 바탕으로 한' 보통의 영화들이 흥행 또는 이슈몰이를 위해 현실을 왜곡 또는 과장하여 논란을 만들거나 드라마적 요소를 극대화시킨 것과 달리 격정적인 사건을 매우 차분하게 그려내었다. 이는 ㅡ여기저기 오직 '주워듣기'만 한 모습만을 생각하면 ㅡ미국 사회의 청소년들, 그리고 그들의 내·외면적인 모든 배경과 그 느낌을 매우 섬세하게 문자 그대로, 묘사했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롱테이크의 혁신'이라 할 수 있을만한 카메라 기법을 이용했으나, 동시에 결코 적극적인 카메라의 개입을 막아 있는 그대로의 인물과 그 사건을 보여줄 뿐이다. 그 가운데에서도 결코 지루하지 않게 각각의 캐릭터와 배경을 형성시키고, 이것들의 시크한 교차를 통해 심지어 흥미롭게까지 만든다. 더욱이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OST 정도로만 인식하던, 영화의 주제곡이라 할 수 있는 '월광소나타'는 영화를 가장 잘 함축하여 나타낼 수 있는 노래가 되었다. 그것이 이 영화의 가장 높은 가치라고 판단되어진다.

 사실 별거없는 미국 모 고등학교의 총기 난사 사건의 내용을 인물과 배경, 심지어 OST와 촬영까지 완벽하게 짜여진 단계에 맞추어 진행시킴으로써 또한 완벽한 영화가 탄생,하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