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가족 (2013, 송해성)

2013 5

 전직 조폭&현직 백수 또는 멧돼지 큰 형, 유일한 대졸 출신 영화감독 둘째, 돌싱글맘 셋째와 그의 싹퉁바가지 없는 딸년, 이들을 위해 말 없이 고기만 굽는 엄마. 그리고 그들을 향해 '콩가루 가족'이라는 직접적인 단어를 통해 쯧쯧거리는 동네 사람들.

 독특한 캐릭터 구성만을 토대로 사건을 이어나가므로 반전이랄 것도 없다. 모두 예견되었던 이야기들이다. 아웅다웅 다투다가도 어쩔 수 없는 형제애를 발휘하던 포장마차 싸움신은 가족 드라마에서 충분히 봐왔던 흔한 장면이었지만, 그들이기에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조카의 팬티를 뒤집어 쓴 채 미용실 아가씨를 떠올리며 자기위안을 하던 한모의 모습이 경악을 하다가도 귀엽게(?) 느껴지는 것 역시 '한모'이기에 가능한 감상일 것이다.

 그럼에도 감독(심지어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감독느님)은 여기저기 반전을 넣어 자꾸 실망감만을 추가시킨다. 봇물 터지듯 터져나오는 '출생의 비밀'은 무조건, 웃음을 목적으로 한 반전이라고만 생각하겠다. ㅡ그런 자잘한 것들을 제쳐두고ㅡ 감독이 가장 심혈을 기울였을 반전은 역시나 큰 형, 한모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한모의 비극은 스타일리쉬 조폭영화 <비열한 거리>와 맞먹는다. 물론 거기다 남보다 못하던 사이의 동생 인모가 뜬금없이 지 목숨을 걸 만큼의 우애를 보여주는 drama를 잊지 않는다.

 이처럼 '갈등'이라는 서술구조에 얽매여 초장에서 숨 돌릴 틈 없이 웃겨주던 분위기마저 푹, 가라앉힌 채 영화는 끝을 맺는다. 차분하게 돌아와 食口의 의미를 되새겨주는 장면마저 감독이 벌여놓은 판을 수습하기 위한 요소로밖에 생각되지 않은 채.

+ <우아한 세계>의 송강호 만큼, 윤제문 때문에 윤여정, 박해일, 공효진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대다나다!